뉴스에서 장후세인 선생

외국인 종교 지도자들이 말하는 한국의 종교와 문화-경향신문 (2011.10.25)

장후세인 2012. 12. 21. 00:02

 

 

“한국인들은 종교의 내용보다 형식 중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톨릭 미사에서 두 손을 모으고 미동도 않은 채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종교생활에 매우 열심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뒤에 알았습니다. 많은 한국인에게 기도는 형식일 뿐 실제 종교심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강 디에고 신부)

24일 오후 서울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 3층 세미나실. 대화문화아카데미가 마련한 ‘외국인 종교지도자들의 대화’ 세미나에 다양한 종교지도자들이 모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가톨릭 신부, 독일 루터교 목사, 터키 출신의 이슬람 선교사, 인도의 스님, 러시아 출신의 원불교 교무…. 국적과 피부, 종교, 교파가 각기 다른 종교인 1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1988년 이탈리아에서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된 강 디에고 신부(콘솔라타 수도회)가 ‘내가 본 한국의 종교와 문화’를 발표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20여년간 한국의 종교를 지켜본 그는 “한국인들은 종교의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시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너무 쉽게 개종한다”며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불교에서 가톨릭으로, 가톨릭에서 불교로 자주 옮긴다”고 비판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KCRP)에서 일하고 있는 강 신부는 “한국은 겉으로 볼 때 종교들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며 한국의 종교 대화를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가정에서 제사, 결혼 등의 문제로 개종을 위한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종교 간 대화에서도 깊이 들어가기에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신부가 발표한 ‘한국 종교 개종문화’에 반론이 제기됐다. 1999년 러시아에서 한글을 배우다 원불교에 입교했다는 원신영 교무는 “세상이 급속도로 변해가면서 사람들이 ‘도그마’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서 “쉽게 개종이 가능한 것은 종교가 건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방증”이라며 긍정평가했다. 반면 터키 출신의 장 후세인(이슬람중앙협의회 홍보담당)는 “터키인들은 자신을 이슬람교인이라고 말한 뒤에 터키 국민임을 얘기한다. 종교는 시험 삼아 해보는 취미가 아니다”라며 강 신부의 얘기에 동감을 표시했다.

한국 불교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3년 전 인도에서 건너와 전남 백양사를 거쳐 경북 현풍 포교당에서 수행하고 있는 법성 스님은 “인도에서는 스님이 출가할 때 모든 것을 버리는데 한국에서는 돈을 가지고 출가한다”며 “한국에 와서 돈이 ‘두번째 부처님’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불교가 돈에 집착하는 것은 “스님들의 복지가 너무 안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스님들은 몸이 아프면 스스로 돈을 만들어 병원에 갈 뿐 아니라 승복도 알아서 사입어야 한다”며 자신이 아는 스님 한 분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소개했다.

여러 해 동안 외국에서 살아온 종교지도자들은 이주여성, 불법체류 노동자 등 ‘이주인 120만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안산에서 다문화가정 상담활동을 하고 있는 마리아 파쿠아 수녀(폴란드)는 “이주여성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왜 한국에 오게 됐느냐’ ”라면서 “한국인들은 ‘구별짓기’를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네팔 출신의 원성도 원불교 교무는 피부색이 다르다며 목욕탕에서 거절당한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면 “한국 국적의 이주여성이 이럴진대 불법체류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어떻겠느냐”며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비판했다.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의 종교문화를 얘기한 참석자들은 외국에서도 좀처럼 갖기 힘든 종교인 대화모임이 이뤄진 데 대해 놀라워하면서 “유익한 모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에서 올라온 에이몬 아담스 신부(골룸바노 외방전교회)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종교와 문화를 토론했다”고 말했다. 장 후세인은 “일부에서는 이슬람교가 대화가 부족하다고 보는데, 이슬람은 열려 있는 종교”라고 강조했다.